ㅡ데이바이데이 : 불완전한 기억
기억이라는것이
컴퓨터 동영상 파일처럼 그대로 녹화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단서만을 저장하고
나중에 다시 기억해낼때 그 단서들을 꺼내서
논리 순서대로 다시 짜맞추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떠한 일의 진행 과정에
영향이 없던 것들은 잊혀지기도.
동창회에서 만난 여러명의 친구들 말이
서로서로 다르기도.
언젠가부터는
기억이
과거에 실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과거에 내가 상상했었던 일인지
과거에 꾸었던 꿈인지
지금 내가 상상한 것인지 헷갈리는 적이
이따금 생겼다.
상상이나 꿈이나 기억이나 사실 메커니즘은 똑같은거니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금세 진위를 가릴 수 있지만,
조금 졸릴때, 조금 피곤할 때만큼은
잠시라도 헷갈릴 때가 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기억력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저장한 것들이 너무 많아져서인지.
유튜브에서 가수 박상민이 슬램덩크의 주제가를 부른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음정이 가장 정확한 가수라더니
그의 노래는 진짜 끝내준다.
크레이지 포유~ 크레이지 포유~ 슬!램!덩!크!하는 너에게로 가는 길을 듣고
비디오판 오프닝인
눈부신 햇살을 등지고 내달리는 거리,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용기를 내어보자 하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싶어를 듣고
SBS 엔딩이었던
바람끌려 너와 함께 달리고 싶어, 온 세상을 다 가져봐 내가 힘이 되어줄께 하는
너와 함께라면을 듣고.
넋을 놓고 옛 명곡을 듣다보니까
슬램덩크의 스토리를 내가 직접 겪은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체력이 다 빠진 정대만에게 내가 포카리스웨트를 가져다주었던 것 같고
이달재가 정대만 일당에게 그만 돌아가라고 했을 때, 겁먹고 지켜만 보았던 것 같고
이한나를 내가 좋아한 것 같고
여름방학동안 강백호의 슛연습을 비디오 찍어주고 공 패스해주며 내가 도와준 것 같고
권준호가 지난 3년을 떠올릴 때, 채치수, 유창수와 함께 3년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기억의 오류, 착각이겠지만.
슬램덩크의 스토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니
그것을 짜맞출 때 내가 본 것처럼 떠올렸겠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일부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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