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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붉은 여왕 효과, 베지터가 손오공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ㅡ붉은 여왕 효과, 베지터가 손오공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곽백수의 가우스 전자 시즌 2 382화 경쟁편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아마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공감하실텐데요. 콘서트나 축제 등의 공연장에서, 처음에는 다 같이 앉아서 보던 공연을 누군가가 가수를 더 잘 보기 위해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한 두명씩 일어서기 시작하면 이내 누구도 앉아서는 관람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죠. 이윽고는 모두가 불편하게 서서, 잘 보이지도 않는 공연을 보게되는 상황이 됩니다.


곽백수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 시즌2 382화 경쟁편 (2015.08.17)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335885&no=1058&weekday=thu


이때쯤 되면, '아 그냥 앉아서 보면 더 잘 보이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 저만 하는게 아니겠죠?



ㅍㅍㅅㅅ(ppss)에서 '노력충' 베지터가 왜 손오공(카카로트)을 이기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ㅍㅍㅅㅅ, ‘노력충’ 베지터는 왜 오공을 이기지 못하나: 붉은여왕 효과 (2015.10.13)

http://ppss.kr/archives/58021


좋은 혈통에, 어렸을 때부터 천재적 모습을 보인 싸움의 귀재 베지터. 프리더 밑에서 있으면서도 호시탐탐 그를 이길 기회를 노리고, 손오공이 프리더를 처치하고서는 그를 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손오공 이상가는 중력실에서,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말입니다. 마인부우편에 가서는 손오공을 이기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선택까지 하죠. 하지만 끝끝내 우리는 베지터가 손오공을 넘어서는 장면을 보질 못했습니다. 베지터는 왜 손오공을 이기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베지터가 피나는 노력을 하는 동안 손오공도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성능의 차량이 두 대가 있고, 그들 사이에 10초라는 거리가 있을 때, 동시에 출발해 동일한 속력으로 질주한다면 그들의 시간 차이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둘의 차이가 10미터라고 한다면, 현재 속력에 따라 둘 사이의 거리도 변합니다. 그러나 시간차는 변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경주, 레이싱에서는 폴 투 윈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가장 앞 자리(폴 포지션, Pole Position)에서 출발해 우승까지 차지하는 것(폴 투 윈, Pole to Win)을 뜻하죠. 알려진바에 의하면 폴 포지션이 우승할 확률, 즉 폴 투 윈이 나올 확률은 통계적으로 50%에 근접한다고 합니다. 똑같이 해서는 앞서가는 것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우리 삶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취업의 문턱이 좁아질 수록, 스펙경쟁은 심해지고, 구직자들은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구직자가 힘들어진다고 해서 취업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죠. 스펙이 상향평준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그냥 다같이 합의해서 조금만 덜 노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른바 백지동맹이랑도 비슷할까요?


더 실생활로 오면, 여자들은 가슴 뽕(패드), 남자들은 신발 깔창이 기본 옵션처럼 자리잡으면서, 뽕이나 깔창을 착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에까지 이릅니다. 반대로 착용한다고 이득은 아닌 상황이구요. 착용을 안하고 있는데 당연히 뽕이나 깔창을 착용했을 것으로 보고 가슴이 작은 것으로, 키가 작은 것으로 주위에서 여기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채널예스 굽시니스트 오만잡상툰, 붉은 여왕의 역설 - ‘경쟁을 통한 끝없는 혁신’ vs ‘낙오에 대한 두려움’ (2012.07.03)

http://ch.yes24.com/Article/View/20099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에는 붉은 여왕이 등장합니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를 데리고 빠르게 뛰는데, 아무리 뛰어도 주위의 풍경이 바뀌지 않습니다. 주위의 풍경도 똑같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때 붉은 여왕은 이런 말을 합니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고 싶으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으면 최소한 그보다 두배는 빨리 달려야 하지.'. 제자리에 멈춰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뒤쪽으로 이동해버리고, 그 자리에 멈춰있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달려야하는 것입니다.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하는 위와 같은 상황이죠.


붉은 여왕 효과. 시카고 대학의 진화학자 리 반 베일른(Leigh Van Valen)이 생태계의 편형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 루이스 캐럴로 부터 차용해 붉은 여왕 효과라는 이름을 붙인 이후로, 진화론이나 경영학의 적자생존 경쟁론이나, 소모적인 군비경쟁을 설명하는데 그것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가 새로운 탱크를 개발하더라도,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탱크를 개발하므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기 개발을 해야한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달리는' 목적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앞서나가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욱 빨리 힘껏 달리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피로하게 하고, 너무 힘들어 지쳐 떨어져 나갈 때 쯤 되면 다같이 걷길 바라게 되죠.


다 같이 걷는 것, 이 불가능한 이상이 불가능한 이유가 있습니다. 누군가 1초라도 뛰게되면, 앞서나간 그를 따라잡지 못할 영원한 레이스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걸 죄수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