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누구를 죽여야 할까? 영화 마션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트롤리 딜레마

ㅡ누구를 죽여야 할까? 영화 마션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트롤리 딜레마



진정한 의미의 '자동' 자동차가 상용화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2017년까지 사람의 조작 없이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수준까지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IT기업 애플과 벤츠, 도요타 등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곧 도로는 자율주행차들이 메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자율주행 유모차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기도 했죠.



하지만 자율주행자가 상용화되기까지는 기술적 문제 뿐 아니라 윤리적 문제도 해결해야할 모양입니다.


SBS, [카드뉴스] '누구를 죽일지 선택하라'…자율주행자동차의 딜레마 (2015.10.26)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055&sid1=103&aid=0000341472&mid=shm&cid=428291&mode=LSD&nh=20151026192030

자율주행자동차가 누군가를 죽이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

MIT Technology Review, 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 (2015.10.22)

http://www.technologyreview.com/view/542626/why-self-driving-cars-must-be-programmed-to-kill/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자율주행자동차, 만약 이런 상황에 컴퓨터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차가 없는 한적한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고 있는데, 앞에서 갑자기 횡단 보행자가 튀어나옵니다. 그대로 가면 사람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도를 줄이기에도 이미 늦었습니다. 컴퓨터는 핸들을 꺾어야 합니다. 하지만 도로의 양쪽 인도엔 각각 다섯명씩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핸들을 꺾으면 차도 위의 한 사람은 구할 수 있지만, 인도의 다섯명은 화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컴퓨터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아니면 자동차 앞에 5명의 사람이 있고, 핸들을 돌리면 운전자가 사망할 수 밖에 없는 다리 위에서의 주행 상황엔 어떻게 해야할까요? '공평하게' 자동차 앞에 한 사람이 있고, 핸들을 꺾으면 낭떠러지인 상황은 어떨까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언급된 트롤리 딜레마 Trolley Dilemma가 이런 상황입니다. 

샌델이 제시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당신은 기관사입니다. 당신이 운전하는 기차는 고속으로 질주하고 있는데, 앞 쪽에 다섯의 인부가 철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잡아도 그 전에 멈추기 어려울 상황입니다. 대신 오른쪽에 비상 철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인부 한 명만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철로를 바꾸어 한 명의 목숨만을 희생해야할까요?

B. 고속으로 다가오는 기차를 당신은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기차는 역시 다섯 명의 인부를 향해 전속력을 다하고 있군요. 그런데 당신 옆에 엄청나게 뚱뚱한 한 사람이 이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다리 밑으로 밀쳐 철로로 추락시킨다면, 그 사람의 희생으로 기차를 멈추어 다섯 인부의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에서, 우리는 숫자 논리에 너무 사로잡혀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섯의 목숨과 한 명의 목숨, 더 가벼운 것이 있을까요? 다섯의 목숨을 위해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2015년 작 영화 마션에도 같은 상황이 나옵니다.


화성 탐사 중 발생한 폭풍으로 인해 우주인들은 비상 탈출을 시도하고, 이 중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은 폭풍에 휩쓸려 탈출 비행선에 탑승하지 못합니다. 마크 와트니가 죽은줄로만 아는 동료들. 그러나 수개월 후, 동료들에게 마크 와트니의 생존소식이 들려오고, 지구로 향하고 있던 헤르메스호의 뱃머리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를 통해 화성을 향해 돌리려고 합니다. 리치 퍼넬(도널드 글러버)이 제안한 이 계획에 NASA 국장 테디 샌더스(제프 대니얼스)는 한 명의 목숨을 위해 다섯 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며 거부합니다.


제가 한 가지 상황을 더 만들어 볼까요? 당신은 마크 와트니와 대원들을 구출할 방법을 찾아냈다는 우주과학계 원로 남박사의 연락을 받고, 남박사의 집으로 차를 몰고 향하고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과속을 한 당신. 눈이 어두웠던 남박사는 집 앞 차도에까지 나와 당신을 마중하고 있군요. 이대로는 남박사를 차로 칠 수도 있습니다. 핸들을 돌리려 주위를 보니, 핸들을 돌릴 쪽엔 초등학생 10여명이 풋살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남박사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우주인과 NASA 프로젝트를 살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초등학생들을 살리시겠습니까?


맷 데이먼은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적이 있었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8년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라이언이 바로 맷 데이먼이었습니다. 형제들이 모두 전사한 라이언 일병을 집으로 귀환시키기 위해, 여기서는 8명의 병력이 투입됩니다. 라이언 일병을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존 H. 밀러 대위(톰 행크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한다고해서, 딜레마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사람과 여러 사람, 그 사람의 능력, 친분 관계 등에 따라 사람 목숨의 가치를 따지는 저울이 기울지는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죽더라도, 최소한 누군가가 죽는 것이 마땅했다고는 생각하지 말자는 거죠.


꼭 목숨에 국한된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숫자 논리로, 능력이나 지위의 논리로 사람을 저울질하는 것 또한 안타깝습니다.



마션 (2015)

The Martian 
7.1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페나, 세바스찬 스탠, 케이트 마라
정보
어드벤처, SF | 미국 | 142 분 | 2015-10-08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

Saving Private Ryan 
8.9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톰 시즈모어, 에드워드 번즈, 맷 데이먼, 아담 골드버그
정보
액션, 전쟁, 드라마 | 미국 | 169 분 | 1998-09-12


영화 마션에서 하나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 국가항천국의 높으신 분인 구오 밍(에디 고Eddy Ko, 까오시옹, 고웅)이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야, 도와야 해'라며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역시 사람 목숨보다, 삶보다 귀중한 것은 없고, 없어야 합니다.


엔딩곡으로, 우리에겐 진주의 리메이크곡 "난 괜찮아"로 친숙한 글로리아 게이너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가 나왔는데요.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더군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난 괜찮아!를 외치는 맷 데이먼의 모습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트롤리 딜레마 - 이성적 정의와 정서적 정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66908&cid=51043&categoryId=51043

주간경향, [IT 칼럼]자율주행차가 넘어야 할 ‘비기술적 이슈’ (2015.10.27)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510200949541&code=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