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데이바이데이 : 한강 위의 원피스

ㅡ데이바이데이 : 한강 위의 원피스


오랜만에 학교 동기들을 만났다.

연락 안 닿는 친구들의 근황을 물으니, 그들은 희귀몹이라 발견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나는 일반몹일텐데... 일반몹이 좋은 건지 희귀몹이 좋은건지.


막걸리집에 설치된 TV를 통해 야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엘지가 두산한테 17:1로 지고말았다.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LG가 낸 1점 장면과, 두산이 낸 몇점의 장면은 포함이 되지 않을정도로 점수가 많이 났다.

야구를 잘 보지는 않지만, LG팬인 친구들을 놀리는 데 동조했다.


어제는 바람이 너무 불고 비까지 와서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오늘 날이 풀린다고 해도 조금은 찬 기운이 남아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옷을 조금 따뜻하게 입었는데,

찬 기운은 언제 왔었냐는듯 사라지고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더웠다.


지하철 역에 들어가 개찰구를 지나고 플랫폼으로 향했다.

기억 속에 떠오르는 원피스가 내 앞을 걷고 있었다.

남친이 사줬다며 내게 자랑하던 원피스, 딱 어울리던 그 원피스.

그녀가 옆으로 서기를 기다렸다가 얼굴을 보았다.

그 원피스의 주인공이 맞았다. 어쩌면 그 원피스는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며 서울이 좁긴 좁다는 이야기를 보내왔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어떻게 한 번도 못봤냐는 이야기를 돌려보냈다.


오늘이 어제가 되는 시간, 지하철은 한강 위로 올라섰다.

특별 서비스인지 기관사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내일부터 연휴다. 내일은 어린이 날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피곤하겠지만, 지금 창밖 한경 야경을 보며 떠내려보내라고 했다.

지금 건너고 있는 한강의 야경을 한 번 보십시오.


같은 역, 같은 출구에서 나와 나는 이쪽으로, 그녀는 저쪽으로 향해야했다.

이렇게 더운 날, 그녀는 춥다고 했다.

날이 더운게 아니라 내가 술을 많이 마셨을 수도 있겠다.


나는 내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내 옷이 그녀에겐 너무 컸는지, 딱 어울리는 그녀의 원피스가 다 가려졌다.

날씨가 좋아 당분간 입을 일 없을테니 천천히 돌려달라고 했다.

빨래나 해 놓으라는 농담도 건넸다.

그렇게 혼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