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데이바이데이 : 자화상이 삽시간에 그려졌다.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이 울리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울리긴 했다.
일년 내내 진동모드로 되어있는 핸드폰이
책상위에서 부들대며 도는 것을 보면
흡사 땡깡놓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바로 받지는 못했다.
양 손이 어딘가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금새 눈치를 봐서
손가락으로 전화받기를 당겼다.
음성 사서함 메시지가 와있다며 곧 재생한다고 했다
원래 전화를 받았는데 음성 사서함 메시지가 오나
그러고보니 음성사서함을 사용해본적이 없다
음성사서함에 메시지가 남겨지면
어떻게 확인하며 어떻게 들어가는지
그저 삐 소리 후에 요금이 어쩌고 하길래
전화를 걸었을 때 처럼 반사적으로 끊었을 뿐이다.
그 사이 같은번호로 부재중 전화 문자가 왔다.
그러니까 전화 한번 받은 사이에
전화도 한번 오고 부재중 전화로도 남겨지고
음성사서함에도 남겨진 것이다
모두 같은 번호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혼란스런 전화 믿기를 포기하고
카톡을 날렸다.
왜이렇게 전화를 안받느냐며 화를 냈다.
바로 받았는데 전화가 이상하다고 했다
뭐가 막힌게 뚫리듯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밀려왔고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요즘에야 아닌 얘기지만
예전의 화가들에겐 특권이 하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얼굴을 자신 뜻대로 남길 특권.
자화상.
누군가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자기 마음대로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오직 화가만.
'★ masiquetan 보듣만고생 > 그리고생각한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바이데이 : 커다란 실수 (0) | 2016.05.13 |
---|---|
데이바이데이 : 잠이 오늘은 좀 늦어 (0) | 2016.05.12 |
데이바이데이 :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0) | 2016.05.10 |
데이바이데이 : 30년 전통 햄버거 (0) | 2016.05.09 |
데이바이데이 : 시간의 크기 (0) | 201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