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데이바이데이 : 커다란 실수
오래전 해외 펜팔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친구에게서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짧으면서도 간단하고 축약된 문장이었으나
덜익은 영어로 해석하는 뇌를 깨우기 위해선
시간이 약간 필요했다.
펜팔을 몇번 해보면서 느꼈다.
영어권 사람들은 워낙 즐길거리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다른 문화나 나라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을.
그래서 서로를 받아주는
비영어권 사람들끼리 메시지를 주고 받곤 하는데
영어가 짧으니까
이게 웬 유치원생 대화도 아니고
날씨 이야기나 하고 있고...
이야기가 깊게도, 진행도 안되니
별 재미가 없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이 온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므로
이번에는 오랫동한 대화를 핑퐁으로 지속해보고자
페이스북 메시지 대신
등록되어있는 카톡으로 답장을 날렸다.
요새 토익 공부하는 중이라고.
카톡을 보내고서야 알았다.
방금 보낸 한 문장의 문법이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카톡을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는 것을.
헤어진지 꽤 오래된 여자였는데
쓸 데 없는 미련을 두고
번호를 지우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누가 잘못을 했고 안맞았다고 하기보다는
그저 각자가 서로 처한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랬기 때문에 미련을 두었는가보다.
그녀는 나보다 어리고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
그래서 더 창피했을까.
갑자기 한 연락이
갑작스럽지도 않게,
로맨틱하지도 않게
그저 뜬금없이
틀린 문장으로 토익을 공부한다는 카톡이었다.
문법이 틀렸으니 공부중이라는 내용은 어찌보면 확실하게 전달된 셈이다.
대상이 잘못되어서 그렇지
보낸 카톡은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잘못보냈다는 카톡을 연달아 보내고
그녀의 답장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말 잘못보낸것이고
잘못보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기위해서.
그렇게 애써 없었던일로 문대버리고
평생 한 번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터키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masiquetan 보듣만고생 > 그리고생각한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바이데이 : 믿음이 있으세요? (0) | 2016.05.17 |
---|---|
데이바이데이 : 변하고 변하지 않아 (0) | 2016.05.16 |
데이바이데이 : 잠이 오늘은 좀 늦어 (0) | 2016.05.12 |
데이바이데이 : 자화상이 삽시간에 그려졌다. (0) | 2016.05.11 |
데이바이데이 :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0) | 201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