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사이다 드라마라서 씁쓸한 동네변호사 조들호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박신양, 강소라, 류수영, 박솔미, 김갑수, 정원중, 강신일, 황석정)를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생각나는 포스트가 있었다.
시원해서 섭섭한 영화, 베테랑
아마 사실상 이 글의 재탕이 되지 않을까...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내가 이번에 1회부터 조들호를 챙겨보게 된 것은
tvN의 예능프로그램 배우학교(박신양, 이원종,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식, 유병재, 남태현) 때문이었다.
박신양의 연기 수업은 나의 옛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고
출연자들의 연기력이 발전하는 모습에 동해
조금은 지루했음에도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그러면서 배우 박신양에게 흥미가 생겼고
마침 시작한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보게된 것이다.
박신양을 비롯한 극중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었고,
(다만 억지스러운 상황을 연기해야하는 류수영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비중이 공기가된 강소라도)
연기에 있어서 큰 인상을 남겼다.
(수 많은 촬영지에서 여러가지 의상을 입고 촬영해야했던 주역 박신양이 매우 고생스러워보였다.)
이 드라마에 흥미가 생겼던 또 하나의 이유는
조들호가 법정드라마라는 것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로맨스였다면 박신양이 나왔음에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해츨링 원작의 네이버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도 보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법정물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하고 있었던 이야기는
상호간에 일리가 있는 논리와 입장을 가지고,
그에 대한 논쟁을 펼치고,
상반되는 두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판단은 어떤 길로 나아가야하는가,
혹은 그에대한 물음과 고민을 던져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들호는 그와는 아예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면서
기대와는 달라 아쉬움을 남겼다.
조들호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적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고위층과 권력자, 갑질에 쌓인게 많았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이것이 사이다 드라마로 통했고
네티즌들의 호평과, 최종 시청률 약 18%를 기록하며 (1회시청률은 10%)
월화드라마의 승리자로 남았다. (경쟁 SBS 대박(장근석, 여진구, 임지연, 최민수), MBC 몬스터(강지환, 성유리, 박기웅, 수현))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던 영화 베테랑(류승완감독,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출연)의 아쉬움을
다시 한 번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거대한 악은 약하고, 허술하고, 쉽게 와해되었으며
이에 맞서는 선은 증거 조작과, 우기기, 천운으로 똘똘뭉쳐있었다.
마치 이 현실을 바꾸는 것은, 비현실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암시라도 하듯, 비현실적이었다.
증거를 발굴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더욱 빛내기보다는
무적의 탱크처럼 직선진행으로,
악한 이들에게 거리낌 없이 주먹을 날리고, 강제로 주먹질 하게 하여 여론몰이를 하고,
위장 잠입하여 증거를 만들었다.
전지적 시점에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누가 나쁜 사람이고 누가 억울한 사람인지 알 수 있지만,
극중 캐릭터들은 아무 의심없이 증언을 맹신하고 행동했다. 심지어는 서류로 뻔히 남을 공무를 위증하는 공무원과 간호사의 증언도.
마치 우리 같이 드라마를 본 것처럼.
(이와중에 여러 정황상 범인이 아닌 것이 확실함에도, 유치원 교사 송지인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연기를 해야했던 류수영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약한 개연성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이런 비현실적인 면이, 비현실이 아니면 어두운 현실은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원한 사이다, 잠깐의 선풍기 바람보다는,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선선해졌으면 한다.
그래도 설마 혹시나 했던, 법정물이 아니라 박신양이 전처랑 잘되나 보는 드라마가 아닐까 했던 의심은,
의심으로 그쳤고,
물리쳐진 악과, 승리하는 선을 두고 기뻐하는 사람들에게서
아직 우리 사회가 선과 정의를 버리지 않았고,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만족스럽다.
데프콘과 김필의 OST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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