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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데이바이데이 : 각자의 길이

ㅡ데이바이데이 : 각자의 길이


사람들에게, 가수들에게 음역대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개개인에게는 각자의 분량이 있는 것 같다.


하상욱의 짧은 글(혹은 시)를 볼 때면

특유의 위트에

감탄할 때가, 시기심이 들 때가 있는데


그가 조금은 길게 쓴 글을 보니

같은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다.


매일 짧은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장편을 써야지만 가치가 있고, 돈이 된다고 생각하고

칼럼을 쓰더라도 완벽한 칼럼을 쓰려다보니

글쓰기는 매우 길어졌고, 호흡도 길어졌고,

준비와 설계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로부터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원래 쓰던대로,

늘 자연스럽게 써지던 분량 만큼 글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각자에게 죽음이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다.


사람은 언젠간 죽는다는 것은

마치 DNA에 새겨진 정보처럼

남녀노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언젠간 죽는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언젠간.


젊었을 때는 그저, 죽는것은 당연한 사실

그러나 멀기만한, 실감이 나지 않는 사실이다.


80, 90이 되어 그 언젠가에 가까워졌을 때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때도 생각의 관성대로 여전히 언젠간일지

아니면 다르게 느껴질지.



타인의 죽음이 각자에게 도달하는 시간도 다르다.


한 개인의 죽음을 두고,

죽지도 않은 사람을 이미 죽은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부고 소식에 즉시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부정하는 사람이 있고


상가에서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늘 있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식사를 권유하다가

수 년이 지나서야 불현듯 그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제서야 죽음이 완성된다.

그제서야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