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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햄스터는 자기가 갇혀있는 줄 알까?

ㅡ햄스터는 자기가 갇혀있는 줄 알까?



나가살던 동생이 햄스터 가족을 데리고 컴백한 이후

햄스터와 동거를 시작한지 어언간 1년여.


동물들에 대해 항상 궁금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인간적인, 혹은 인간 수준에 근접한 생각을 하는가이다.


케이지에 갇혀사는 햄스터를 보고 있노라면

안답답할까?

좁은 공간이 안 지루할까?

자기가 갇혀있는 줄은 알까?

이런 궁금증이 생겨난다.



자체적으로는

햄스터는 자기가 갇힌 지를 모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햄스터를 관찰해보니, 햄스터는 시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코 앞에 있는 먹이를 찾지 못하는 것이며,

코 앞에 있는 먹이는 시야각에 닿지 못해 못 찾아먹는다고 하더라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먹이를 찾을 때도 전혀 갈피를 못잡는다.


시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자연히 무언가를 감지해야할 때

눈을 들이대거나, 눈을 그쪽으로 향하거나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햄스터는 그보다는 코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무슨 소리가 나면 코를 치켜들어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을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보기보다도.


위키트리, 햄스터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10가지 (2015.09.25)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33846


자료를 보면 햄스터는 시력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한다.

거기에 색깔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길을 찾거나 장애물을 피하는 것은 코와, 아마도 코에 달려있는 수염에 의존하는 것이다.



시력이 나쁜데신 청각가 후각이 뛰어나다고는 말도 함께 있는데,

관찰한바로는 비교적, 상대적으로 좋다는 이야기지, 매우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땅에 떨어진 먹이의 방향을 곧바로 찾아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코를 들이밀다 먹이에 닿을 정도가 되어야 반응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감각중에서는 청각이 제일 좋아보이는데

멀리서도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먹이주머니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러하다.



그저 시력이 나쁘니 자기가 갇혀있는지 뭔지도 모를 것이다라는 정도만 말하려는 건 아니고


햄스터가 공간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은,


쳇바퀴를 달리는 행동을 보고 나서다.



우리는 케이지 구석에 쳇바퀴를 설치했는데,

그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의 행동이 특기할만했다.


1. 쳇바퀴 옆 벽면으로 가서, 이곳이 막혀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2. 쳇바퀴로 들어가서 쳇바퀴를 달린다

3. 잠시 후 내려서 아까 그 옆 벽면쪽에서 막혀있는지를 확인한다.

4. 반복


이런 행동을 봤을 때

햄스터가 시각적으로 공간을 인식하거나,

촉각이나 이동 거리에 따라 머릿속으로 공간을 구성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다만 달린다=움직인다='장소의 이동'이라는 개념은 있다고 해석하면,

일단 이동해보면서 뚫려있는 부분을, 막히지 않은 공간을 찾거나

혹은 아예 그정도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가능했다.



글을 쓰다보니 그리스 로마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떠올랐다.

예전에 오이디푸스를 연기하기 위해 연습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이디푸스는 극중에서 스스로 눈을 찌르고 앞을 보지 못하게 되므로, 나는 눈을 감고서 오이디푸스를 연기했었다.


준비를 하고, 눈을 감고, 연기를 하고 대사를 한다. 격정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연기를 마치고, 눈을 떴다.

그랬더니 굉장히 창피하고 난감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위치랑 전혀 다른 곳에 내가 가있었던 것이다.


구석에서 벽을보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

충분히 시각적으로 인식한 공간을 머릿속에 집어넣었음에도


어찌생각하면 시각이 없이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발에 채이는 게 많은, 이렇게 부딪히고 떨어질 곳이 많은 자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