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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해외 여행가서 도대체 뭘 해야할까

ㅡ해외 여행가서 도대체 뭘 해야할까



마음에 바람만 들면 휙휙

비행기타고 휙휙 날아가버릴 수 있는 사람이면 모를까,

해외여행 한 번에 큰 마음 먹어야 하는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긴 시간, 큰 돈 들인 만큼 최소한 본전치기라도 (뽕을 뽑아야...) 해야한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머릿 속을 휘젓고 다닌다.


해외 여행.

우리나라에서 전주 한옥마을만 가봐도 알 수 있다.

그거 좋긴 좋은데,

역사적으로 대단한 건축물들인지도 모르겠고, 상업적으로 가꿔진 것들이며,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다 식당, 카페, 상점 뿐.

이래서야 운치를 깨지 않느냐 이말이다.


외국가서 가장 많이 보고 오고, 가장 멋져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그냥 사람 사는 집이고, 호텔이고, 식당이고, 상점이고, 회사다.

솔직한 기분으로는, 신기함과 아름다움에 만족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왠지 그 일상성 때문에, 뭔가 더 대단한 걸 봐야한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똑같이 사람 사는 집인데, 우리 동네에선 별 감흥도 없는데,

남의 집 보고 여행온 기분을 만끽하기엔 자존심 상하잖아.


그래서 랜드마크 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을 보러간다.

근데 말야,

그것도 서울와서 동대문 보는 거랑 똑같다 이말이다.

흔히 자주 스쳐지나가니까 익숙해져있을 수도 있지만,

찬찬히 잘 보면 동대문도 나름 멋진 구석이 있다.

근데 말야,

우리가 여행와서 동대문을 보러왔다고 해보자 이거야.

우리가 동대문 하나를 두시간을 보겠니 30분을 보겠니.

5분이면 끝나잖아.



그러니까 뭔가 그것보다도 더 대단한 걸 봐야한다는 강박이 자꾸만 기어오른다.

국내여행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와서,

비행기 무서운것도 참고,

외국어 공부도 하고,

큰 시간 들이고와서,

그 시간동안 내 한국에서의 시간은 멈춰있을 것이고,

일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러니까 뭔가 그것보다도 더 대단한 걸 봐야할텐데.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더라. 여행갔다와서 이말만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을텐데.


솔직히 말해서 대단한 건 없다.

대단한게 있을지라도, 만나기가 어렵고, 감명받기가 어렵다.

그 유명한 프라하성의 야경을 두고서도,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은 와서 사진찍고, '이제 사진찍었으니 가자'며 신속하게 자리를 떠나더라.

프라하성은 몇일을 두고봐도 괜찮을텐데, 그러자니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신서유기2에 나온 리장의 옥룡설산은 몇년을 두고 봐야할텐데... 그러자니 우리에겐 단 몇일, 단 몇시간 밖에 없고.


그럼 여행에 가서는 뭘 해야 대단하느냐.

밥을 좋은 거 먹는 것이다.

남는 건 사진뿐? 먹는 게 남는 거다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이왕 갔으니까 밥을 비싼걸로, 좋은걸로, 코스로 먹자.

이름이 아주 복잡한 와인도 시켜보고, 식사도 코스로 먹고.

길거리에서도 길거리 음식, 간식거리 다 맛보자.


세상에 나온 대부분의 대단한 것들이야, 보기만 하는거지만, 먹는 건 체험하는거잖아.

시각만 만족시키는게 아니라,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등등을 만족시키는 거잖아.

유명 관광지야 사진으로, VR로 봐도 되지만, 음식은 사진만봐선 알수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는데, 시간을 따로 내서 할애해야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먹는 게 짱이다.



그리고 박물관, 미술관, 경복궁 같은 커다란 '지역'을 가자.

그런 곳들 만큼 집중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없다. 

거기만큼 어디를 '갔다왔다'고 할만한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