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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siquetan 보듣만고생/그리고생각한것들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는 거대한 슬롯머신이다.

ㅡ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는 거대한 슬롯머신이다.



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 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Blizzard Entertainment가 PC, OS X, 플레이스테이션 3, 플레이스테이션 4, XBOX 360, XBOX ONE 용으로 개발하여 2014년 3월 25일(오리지날 2012년 5월 15일) 출시한 액션 RPG 이다.


제이 윌슨이 게임 디렉터를 맡았던 오리지널에 비해, 조쉬 모스키에라가 디렉터로 활약한 확장팩에 와서야 게임이 완성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블리자드야 어차피 패치와 확장팩으로 게임 만들어나가는 회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는 오리지널과 확장팩 모두 예약구매해서 출시 당일부터 모든 버전을 플레이해보았지만, 역시 오리지널 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다른 이들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나또한 확장팩에 와서야 게임이 '재미있어졌다'고 느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니 문득 이 게임이 거대한 슬롯머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블로의 모든 플레이는, 좋은 아이템 획득으로 귀결되는데, 이것을 달성했을 때의 기분이 가장 좋다.


그런데 꼭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만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직 아이템을 얻지 못했더라도, 그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 더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상황과 기대감의 관계를 이야기해보자면,

1. 아무것도 안하는 상황 - 기대감이 없는 상태

2. 필드에 나가 사냥을 하는 상황 - 기대감이 있지만 현저히 적은 상태

3. 필드에서 일반 상자를 여는 상황 - 기대감이 있지만 현저히 적은 상태


4. 정예(용사, 희귀, 고유, 우두머리) 괴물을 만났을 때 - 기대감이 보통 정도 있는 상태

5. 황금 상자를 만났을 때 - 기대감이 보통 정도 있는 상태

6. 정예 괴물을 반드시 만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났을 때 - 4의 상황으로 이어짐을 예상 가능

7. 황금 상자를 반드시 만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났을 때 - 5의 상황으로 이어짐을 예상 가능


8. 카달라에게서 핏빛 파편 갬블을 시도할 때 - 기대감이 보통 정도 있는 상태 (이지만 위에 비해 압축적이고 빠르게 겪음)


9. 보물 고블린을 만났을 때 - 기대감이 매우 있는 상태

10. 균열수호자를 처치했을 때 - 기대감이 매우 있는 상태


11. 아이템의 옵션을 바꿔주는 마법부여를 실행할 때


12. 보물 고블린이 보물창고로 가는 차원문을 열었을 때 - 기대감이 상당히 큰 상태

13. 수수께끼 반지를 이용해 보물창고로 가는 차원문을 열었을 때 - 10의 상황으로 이어짐

14. 보물창고에서 탐욕을 만났을 때 - 기대감이 상당히 큰 상태

15. 카나이의 함을 통해 전설 아이템을 만들 때 - 기대감이 상당히 큰 상태

16. 보물 고블린 무리를 만났을 때 - 기대감이 아주 큰 상태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아이템 획득으로 귀결되는, 아이템 획득의 여러 방법이다.

예상되는 기대감의 크기만큼 플레이어가 느끼는 즐거움도 가늠할 수 있는데,

디아블로는 그 기대를 가지고 들뜨는 상황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저런 상황을 만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실력이나 탐구가 아닌, 오로지 운과 시간 뿐이다.


그리고 원하는, 혹은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것은 오로지 운에 의해 좌우된다.


플레이어는 슬롯머신의 레버를 계속해서 당기고 있는 것이다.

마치 그 들뜨는 상태에 마약처럼 중독되어서.


디아블로 3는 스킨을 씌운 슬롯머신이다.



디아블로가 잘만들어진 것은, 이런 원초적인 즐거움을 고려한 상태에서, 이것을 느끼고 유지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최종 목표인 아이템을 대단히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위의 방법을 통해 아이템이 아니라 새우깡을 얻을 수 있다고 해보자.(새우깡은 굉장히 맛있지만)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얻었을 때 만큼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화투를 치고 포커를 하고 도박을 하더라도, 그것을 돈을 두고 해야 재미있지, 바둑알 가지고 하면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돈은 희소성을 가지고 있고, 쉽게 얻을 수 없으며, 그 자체로 가치의 증명이며, 할수있는 능력의 측정도구이다.


디아블로3에서는 전설 아이템을 획득할 때 하늘로부터 빛기둥이 떨어지며 종소리가 나고 

(내 친구는 이 종소리를 아침 알람 소리로 설정했다. 이 소리를 다운받아놓았다가 남자들 많이 있는 데서 재생시켜보라, 움찔하는 사람 여러명 있을 것이다.)

특별한 효과를 가진 고유의 외형을 보이고 있으며, 특수한 효과와, 강력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추구해야할 가치로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이것 이상의 내가 알지 못하는 설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플레이어가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아이템 획득의 여러 루트를 만들어 놓았다.


다른 RPG 게임에서, 일반적인 몬스터 사냥만을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예전에는 특히)


이 경우에 그 획득 확률이 희박하면 쉽게 질리거나 포기하기 마련이고, 상당한 확률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템의 가치가 떨어지고 감정이 무뎌지게 된다.


디아블로는 이 밸런스를 치밀하게 조정하는 와중에도, 이 방법을 늘리는 데도 많은 고민을 했다.


엘리트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노라면 황금 상자를 만나게 되고, 보물 고블린을 만나게 되고,

(보물 고블린도 무지개 고블린, 핏빛 도둑, 보석 싹쓸이꾼, 혐오스러운 수집가, 금덩이 갑부, 눈엣가시 악당, 물렁아비, 사육사 고블린 등 종류가 많아졌다.)

어쩌다 한번 나오는 보물 고블린을 수십마리씩 만나게 되고, 보물창고로 가는 차원문이 열리고,

이 수 많은 기회에도 아이템을 얻지 못하고 마을로 돌아가면, 그동안 알게모르게 쌓여 있는 핏빛 파편으로 갬블을 하게 하고, 카나이의 함에서 아이템을 재련하게 한다.


그리고 이 이벤트들이 번갈아가며 쉴새 없이 등장한다.

분명히 아이템 획득을 위한 플레이지만, 플레이어는 각각의 이벤트를 다른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기대치에 따라 각각의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되면 디아블로 3의 즐거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아이템 획득률을 조정한다고 해도 티가 덜난다, 한 가지 방법만 있는 상태에서 그 방법을 썼을 때의 아이템 획득 확률이나, 그 방법을 만날 확률이 늘고 줄어든다면 플레이어는 그것을 즉각 알아차릴 것이다. (카운트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일어나게 되면 플레이어는 그것을 일일히 카운트 할 수 없다.

게임 제작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이다.


비록 오리지날에는 많은 유저들에게 실망을 주었지만, 이제와서 지금의 디아블로는 대단히 잘만들어진, 게임 다운 게임이다.

현거래도 안되니 현실의 그 어떤 것과도 분리되어 있는데도, 가상의 즐거움을 준다. 가상의 놀이터, 가상의 슬롯머신으로.